저는 40대 중반까지도 공부를 놓지 않고 있습니다. 주변에서는 "그 나이에 무슨 공부냐"는 말도 듣지만, 직장 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면서도 승진 시험에 계속 합격할 수 있었던 비결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자투리 시간 활용'입니다. 일반적으로 공부는 책상 앞에 앉아 긴 시간 집중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오히려 흩어진 5분, 10분을 어떻게 쓰느냐가 합격 여부를 결정했습니다. 지하철에서 책을 펼치고, 걸어가면서 단어를 외우고, 쉬는 시간 10분에 복습을 마치는 습관이 쌓여 결국 책을 10번 이상 반복해서 볼 수 있었고, 그것이 합격으로 이어졌습니다.
시간 부족이라는 착각, 실제로는 시간이 있었다
많은 분들이 "공부할 시간이 없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저 역시 직장과 육아, 가정 살림을 함께 해야 하는 상황에서 처음에는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때처럼 온전히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지하철에서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당시 저는 자동차로 출퇴근하면서 편도 40분을 소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중교통인 지하철을 이용하면 편도 1시간 10분이 걸렸습니다. 시간으로만 보면 30분이나 더 소요되는 셈이지만, 제가 주목한 건 다른 부분이었습니다. 왕복 2시간 20분이라는 시간을 책을 보는 데 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지하철에서 책을 본다는 게 창피하게 느껴졌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 쓰였고요. 하지만 제가 나쁜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실제로 다른 사람들은 저에게 관심이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일반적으로 긴 시간을 확보해야만 공부가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짧은 시간을 자주 활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 뇌 과학에서는 이를 '간격 반복 학습(Spaced Repetition)'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간격 반복 학습이란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같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학습하여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의미합니다. 한 번에 몰아서 공부하는 것보다 짧게 여러 번 나누어 학습할 때 기억 정착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지하철 안에서는 다른 소음 때문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새로운 내용을 공부하기보다는 전날 공부했던 내용을 복습하는 데 이 시간을 활용했습니다. 가벼운 복습이었지만, 이렇게 하루 2시간 20분씩 책을 보니 일주일이면 약 16시간이 추가로 확보되었습니다. 이 시간만으로도 한 달이면 책 한 권을 두세 번 더 볼 수 있었습니다.
걸으면서, 쉬는 시간마다 활용한 반복의 힘
지하철뿐만 아니라 걸어 다니는 시간도 제게는 중요한 공부 시간이었습니다. 영어 단어나 단순 암기가 필요한 내용을 휴대폰 메모장에 저장해 두고, 걸으면서 반복해서 외웠습니다. 특히 주관식 시험을 준비할 때는 단문을 그대로 암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럴 때 걸어 다니면서 하루에 5개씩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공부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입에 붙었습니다.
강의를 들을 때는 쉬는 시간이 특히 중요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쉬는 시간은 휴식을 취하거나 화장실을 가는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저는 화장실 다녀온 후 남은 시간을 복습에 활용했습니다. 쉬는 시간 바로 직전에 배운 강의 내용을 10분 정도 다시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이를 '인출 연습(Retrieval Practice)'이라고 하는데, 방금 배운 내용을 즉시 떠올려 보는 과정이 장기 기억 형성에 매우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한국뇌과학연구원). 여기서 인출 연습이란 학습한 내용을 능동적으로 기억 속에서 꺼내보는 과정을 통해 기억을 강화하는 학습법입니다.
복습은 빨리 할수록 효율적입니다. 망각 곡선 이론에 따르면, 학습 직후 1시간 이내에 약 50%의 내용을 잊어버리고, 하루가 지나면 70% 이상을 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강의가 끝난 직후 쉬는 시간에 바로 복습하는 습관이 제가 남들보다 빨리 합격할 수 있었던 핵심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3대 고시에 모두 합격한 고승덕 변호사는 "책을 5~6번 보면 떨어졌고, 8번 이상 보면 합격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반복 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인데, 저 역시 같은 책을 최소 10번 이상 반복해서 보았고, 그 결과 대부분의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자투리 시간 활용의 핵심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 이동 시간(지하철, 버스): 전날 공부한 내용 복습
- 걷는 시간: 단어 암기, 단문 암기
- 쉬는 시간: 직전 강의 내용 인출 연습

이렇게 하루 중 흩어진 시간을 모두 합치면 최소 2~3시간은 추가로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 시간을 1년간 모으면 1,095시간이라는 엄청난 양의 공부 시간이 생기는 셈입니다.
자동차 대신 지하철, 불편함을 선택한 이유
저는 자동차 출퇴근을 포기하고 지하철을 선택했습니다. 편도 30분이 더 걸리는 불편을 감수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가 더 빠르고 편하다고 생각하지만, 제 경험상 지하철이 훨씬 더 생산적인 시간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는 운전에만 집중해야 하므로 다른 일을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하철에서는 앉아서 책을 보거나, 서 있을 때도 휴대폰으로 메모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처음 지하철에서 책을 펼칠 때는 주변 시선이 부담스러웠습니다. "저 사람 왜 저러지?"라는 생각을 다른 사람들이 할까 봐 걱정도 됐고요. 하지만 막상 시작해 보니 아무도 저에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저처럼 책을 보거나 태블릿으로 강의를 듣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더군요. 합격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꾸준히 하다 보니 그런 불편함은 금방 익숙해졌고, 나중에는 지하철이 제 전용 독서실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은 건 시험 결과를 받았을 때입니다. 직장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도 책을 10번 이상 반복해서 볼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이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한 덕분이었습니다. 저는 남들보다 특별히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고, 공부 환경이 좋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남들이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할 때, 저는 단어 20개를 외우고 공식 하나를 복습했습니다. 그 작은 차이가 1년 뒤에는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자투리 시간 활용은 단순히 시간을 아끼는 차원을 넘어 자기 관리 능력과 목표 의식을 키우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나는 5분도 허투루 쓰지 않는 사람"이라는 자기 정의는 공부뿐만 아니라 삶의 다른 영역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일상 속 사소한 선택이 반복되면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이 결과를 만듭니다.
"단 10분, 자투리 시간"은 별것 아니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간들이 1개월, 1년, 2년 동안 쌓이면 엄청난 공부량이 되고, 결국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부분이 될 것입니다. 저는 이 경험을 통해 시간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찾는 것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당신의 하루 속에도 분명 숨어 있는 "10분이, 자투리 시간"이 있을 겁니다. 그 시간을 찾아 가치 있게 쓴다면 1년 뒤 당신은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