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직장을 다니면서 승진시험을 준비했던 시절, 시험 한 달 전쯤 되니 주변에서 "이 문제집 꼭 풀어봐야 해", "이 강의 들어야 붙어" 같은 말들이 쏟아졌습니다. 그때 제가 했던 가장 큰 실수는 유명 교수님의 모의고사 문제집을 새로 사서 풀었던 건데, 막상 시험장에서는 그 내용이 거의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시험 한 달 전에는 새로운 교재를 절대 건드리지 않았고, 오히려 그동안 제가 공부했던 내용을 반복하고 최신 기출문제만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꿨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방법이 제 합격을 결정지었다고 생각합니다. 시험 한 달 전은 확장이 아니라 정리와 반복의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최신 기출문제가 당락을 가른다
많은 수험생들이 공부를 시작할 때 나왔던 기출문제는 열심히 풀지만, 시험 직전에 공개된 최신 기출문제는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정말 아까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차례 시험을 보았던 제 경험상 최신 기출문제에서 3~5문제는 반드시 다음 시험에도 비슷한 형태로 출제되었기 때문입니다.
시험 출제 위원회는 매년 완전히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최근 개정된 법령이나 새롭게 주목받는 판례, 최신 통계 자료를 중심으로 문제를 구성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개정 법령(Revised Legislation)'이란 기존 법률에 새로운 조항이 추가되거나 내용이 변경된 것을 의미하는데, 이런 부분은 출제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소재입니다. 최신 기출문제를 분석하면 이러한 출제 경향(Trend)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제가 2019년에 주관식 시험을 준비할 때, 시험 한 달 전에 그동안 공부했던 단문 목차를 전체적으로 점검하다가 제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주제를 어느 순간부터 빠트리고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다행히 한 달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어서 그 부분을 다시 암기했고, 실제 시험에서 그 주제가 출제되었습니다. 만약 최신 기출을 소홀히 했다면 이런 빈틈을 발견하지 못했을 겁니다.
최신 기출문제는 보통 5~10시간이면 충분히 분석할 수 있는 분량입니다. 다시 말해 하루 만에 충분히 숙지할 수 있는 분량이라는 거죠. 하지만 이 짧은 시간이 합격과 불합격을 가를 수 있습니다. 다른 수험생들이 어려워하는 문제를 보면 대부분 최신 기출 내용에서 나온 것들이었고, 이 문제들을 맞혀야 남들보다 앞서갈 수 있는 꿀팁이라고 생각합니다.
시험 당일과 똑같은 신체리듬 구축
시험 한 달 전부터 저는 실제 시험 당일과 똑같은 시간표로 생활했습니다. 시험이 오전 9시에 시작한다면, 한 달 전부터 매일 오전 9시에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쉽게 말해 시험 당일 일어나는 시간에 일어나고, 시험 보는 시간에 공부에 집중하고, 휴식 시간에는 똑같이 휴식을 취하는 겁니다.
인간의 생체 리듬(Circadian Rhythm)은 약 2주에서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나야 새로운 패턴에 완전히 적응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생체 리듬이란 우리 몸의 수면, 체온, 호르몬 분비 등이 24시간을 주기로 반복되는 생리적 변화를 말합니다. 이 리듬을 시험 시간에 맞춰 조정하지 않으면 실제 시험장에서 평소보다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졸음이 올 수 있습니다.
제가 이 방법을 처음 시도했을 때는 솔직히 너무 빡빡해서 힘들었습니다. 평소에는 밤 11시에 자고 아침 8시에 일어났는데, 시험 당일 기상 시간인 오전 6시 30분에 맞춰 생활하려니 처음 1주일은 정말 피곤했습니다. 하지만 2주가 지나자 몸이 적응하기 시작했고, 3주 차부터는 알람 없이도 자연스럽게 그 시간에 눈이 떠졌습니다.
실제 시험 당일, 제 몸은 이미 그 시간에 최고의 컨디션을 낼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다른 수험생들이 "오늘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머리가 멍하다"라고 할 때, 저는 이미 몸이 완전히 깨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 차이가 문제를 풀 때 집중력과 판단력에서 확실한 차이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신체리듬 조정의 핵심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기상 시간을 시험 당일과 동일하게 고정
- 공부 시작 시간을 시험 시작 시간과 일치
- 점심 식사 시간과 메뉴를 시험 당일과 동일하게 테스트
- 휴식 시간도 시험 시간표에 맞춰 배치
이렇게 한 달간 몸을 길들이면 시험 당일은 그저 평소처럼 공부하는 날이 됩니다. 긴장은 줄어들고 안정감은 높아지는 겁니다.
단권화와 반복, 새로운 것은 독이다
시험 한 달 전이면 주변에서 무수히 많은 찌라시가 들립니다. "이 문제집 안 풀면 떨어진다더라", "이 강의 꼭 들어야 한다더라" 같은 말들이 수험생들의 마음을 흔듭니다. 제가 첫 시험을 준비할 때 했던 가장 큰 실수가 바로 이런 말에 흔들려서 새로운 모의고사 문제집을 산 것이었습니다.
그 문제집은 유명 교수님이 출간한 거였고, 많은 수험생들이 추천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풀어보니 너무 어려웠고, 제 점수는 합격권에 한참 못 미쳤습니다. 시험이 한 달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그런 점수를 보고 저는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그동안 공부한 내용에 대한 자신감도 사라지고, 무엇부터 해야 할지 방향을 잃었습니다.
결국 저는 그 모의고사에서 틀린 부분을 중심으로 시험일까지 공부했는데, 정작 실제 시험에서는 그 내용이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이런 모의고사 문제집들은 다른 책과의 차별화를 위해 지엽적이고 너무 어려운 문제들을 만드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바보같이 그런 지엽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공부했던 겁니다.
그 이후로 저는 시험 한 달 전에는 절대 새로운 교재를 보지 않았습니다. 대신 제가 그동안 공부했던 기본서와 문제집을 단권화(Consolidation)하는 작업에 집중했습니다. 여기서 단권화란 여러 권의 교재에 흩어져 있던 핵심 내용을 하나의 책으로 통합하는 작업을 말합니다.
제 단권화 방법은 이렇습니다. 주력 기본서 한 권을 정하고, 다른 문제집이나 강의 자료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 내용을 포스트잇이나 직접 필기로 그 기본서의 해당 페이지에 옮겨 적습니다. 틀렸던 문제의 선지, 헷갈렸던 개념, 강사가 강조한 암기 팁 등을 모두 한 권에 모으는 겁니다.
이렇게 만든 단권화 노트는 시험 전날 3~4시간 만에 처음부터 끝까지 훑을 수 있는 제 최종 무기가 됩니다. 시험장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이 책만 보면 됩니다. 여러 권을 뒤적이며 불안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시험 한 달 전에는 최신 기출문제 외에는 새로운 내용을 추가로 공부하는 것을 극구 반대합니다. 그동안 공부를 열심히 했다면 지금까지 했던 내용을 반복하고 충실히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반복 학습의 효과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되어 있습니다. 독일의 심리학자 에빙하우스(Hermann Ebbinghaus)의 망각곡선 이론에 따르면 학습 후 24시간이 지나면 약 70%를 망각하지만, 주기적으로 반복하면 장기 기억으로 전환됩니다(출처: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제 경험상 새로운 것을 추가하는 순간, 이미 알고 있던 내용까지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시험장에서는 결국 익숙한 것, 여러 번 본 것이 가장 빨리 떠오릅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은 새로운 걸 익히기에는 짧지만, 이미 아는 걸 완벽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히 긴 시간입니다.
시험 한 달 전은 불안과 조급함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이때일수록 중심을 잡고 본인만의 전략을 믿어야 합니다. 최신 기출문제로 출제 경향을 파악하고, 신체리듬을 시험 시간에 맞추고, 그동안 공부한 내용을 단권화하여 반복하는 것. 이 세 가지만 제대로 지킨다면 시험장에서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실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 방법으로 여러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고, 지금도 이 원칙을 후배들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