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저는 배우자와 함께 승진 시험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배우자는 평소 아침을 거르는 편이었는데, 시험 당일만큼은 든든하게 먹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따뜻한 국밥을 먹었습니다.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시험 도중 복통으로 화장실에 가야 했고, 그 시점부터는 다시 문제를 풀 수 없었습니다. 쉬운 문제가 많이 나와 누구나 좋은 결과를 기대했던 시험에서 평소와 다른 선택 하나가 모든 것을 무너뜨렸습니다. 시험 당일은 실력을 증명하는 날이 아니라 평소 루틴을 얼마나 정확히 유지하느냐의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시험 당일 컨디션 관리는 평소 루틴 유지가 핵심입니다

시험 당일 아침, 많은 수험생들이 '오늘만큼은 뭔가 특별히 해야 할 것 같다'는 강박에 사로잡힙니다. 평소 먹지 않던 아침 식사를 챙기거나,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거나, 내복을 두껍게 입는 등 일상과 다른 선택을 합니다. 하지만 컨디션 관리(Condition Management)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항상성 유지'입니다. 여기서 항상성이란 신체가 평소와 동일한 리듬을 유지하는 상태를 의미하며, 낯선 자극이 들어오면 신체는 이를 처리하느라 에너지를 소모하게 됩니다.
저는 평소 아침을 거르는 편이라 시험 당일에도 식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단백질바와 다크 초콜릿을 준비해서 첫 시험 30분 전과 휴식 시간마다 조금씩 섭취했습니다. 이는 혈당(Blood Sugar Level)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전략이었습니다. 혈당이란 혈액 속 포도당 농도를 뜻하며, 급격히 오르거나 떨어지면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졸음이 옵니다. 소량의 단백질과 당분은 혈당을 완만하게 유지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체온 관리도 중요합니다. 저는 내복 대신 무릎 담요를 챙겼습니다. 내복을 입으면 문제를 풀다가 체온이 올라가면서 나른해지고 졸음이 쏟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담요는 필요할 때만 덮고 벗을 수 있어 체온 조절이 자유롭습니다. 시험장은 대부분 겨울에 난방이 과도하게 틀어져 있거나, 반대로 창가 자리는 지나치게 춥습니다. 이런 환경 변수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도구를 준비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또한 신호가 없더라도 휴식 시간마다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을 추천합니다. 긴장 상태에서는 방광이 예민해지고, 추운 날씨는 소변 빈도를 높입니다. 시험 도중 화장실 신호가 오면 집중력이 흐트러질 뿐 아니라, 일부 시험에서는 중도 퇴실 후 재입실이 불가능합니다. 이런 작은 실수 하나가 몇 개월의 준비를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시간 배분 전략은 감정이 아니라 구조로 접근해야 합니다
시험지를 받으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전체 문제를 훑어보는 것입니다. 이를 '메타인지 스캔(Metacognitive Scan)'이라고 부르는데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파악하는 과정입니다. 쉽게 말해 문제의 난이도를 미리 가늠해서 시간 배분 계획을 세우는 단계입니다. 이 과정 없이 1번 문제부터 순서대로 풀면 어려운 문제에 막혔을 때 시간 감각을 잃고 패닉에 빠질 위험이 큽니다.
제가 수학능력시험을 볼 때 항상 전교 5등 안에 들만큼 공부를 잘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시험 보는 날 점심시간에 밥을 먹지 않고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거나 껌을 씹었습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식사를 하면 속이 불편하고 졸려서 오후 시험에 집중이 안 된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실제로 그 친구는 서울 최상위권 의대에 진학했습니다. 이처럼 시간 배분은 단순히 문제 푸는 순서가 아니라, 하루 전체의 에너지 흐름을 설계하는 일입니다.
시험 시간 배분의 황금률은 다음과 같습니다.
- 1 회독(60~70% 시간): 확실히 아는 문제만 푼다. 30초 이상 막히면 표시하고 넘어간다.
- 2 회독(20~30% 시간): 표시한 문제를 다시 본다. 이미 쉬운 문제를 다 풀어서 심리적 안정감이 생긴 상태이므로 안 보이던 힌트가 보일 수 있다.
- 3 회독(10% 시간): 마킹 확인과 계산 실수 점검. 마지막 10분은 반드시 검토 시간으로 남겨야 한다.
특히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때는 '포기'가 아니라 '유예'를 선택해야 합니다. 한 문제에 5분 이상 매달리는 순간, 뒤에 있는 쉬운 문제를 풀 시간이 사라집니다. 저는 3분 이상 막히면 무조건 넘어가는 기준을 세워두고 있었습니다. 이런 냉정한 판단이 전체 점수를 좌우합니다. 2024년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자 중 시간 부족으로 문제를 다 풀지 못한 비율이 약 18%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출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휴식 시간 멘털 관리가 다음 교시 점수를 결정합니다
1교시와 2교시 사이 휴식 시간, 주변에서는 방금 푼 문제를 두고 "나는 3번 골랐는데 너는?", "이거 답 뭐야?" 하는 대화가 오갑니다. 저는 이 시간이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제출한 시험은 돌이킬 수 없는데, 틀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 생각이 다음 교시 내내 머릿속을 맴돕니다. 이를 '인지 부하(Cognitive Load)'라고 하는데, 뇌가 처리해야 할 정보량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상태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머릿속에 잡생각이 쌓여서 정작 문제 푸는 데 쓸 에너지가 부족해지는 현상입니다.
그래서 저는 휴식 시간에 빠르게 화장실을 다녀온 후, 책상에 엎드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눈을 감고 호흡을 천천히 하면서 방금 본시험을 머릿속에서 지우는 연습을 합니다. 이미 끝난 일에 에너지를 쓰는 것은 낭비입니다. 다음 교시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리셋'이 필요합니다. 일부 수험생들은 이 시간에 다음 과목 내용을 급하게 보려고 하지만, 제 경험상 그보다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등학교 시절, 제 친구는 점심시간에 밥을 먹지 않고 껌을 씹으며 가벼운 스트레칭을 했습니다. 과식으로 인한 졸음을 피하고, 입을 움직여 뇌를 깨우는 전략이었습니다. 실제로 저작 운동(Masticatory Movement)은 뇌의 전두엽을 자극해 각성 효과를 낸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여기서 전두엽이란 판단과 집중을 담당하는 뇌 부위를 말하며, 이 부분이 활성화되면 문제 해결 능력이 높아집니다. 이처럼 휴식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다음 교시의 퍼포먼스를 결정합니다.
시험은 준비한 지식을 꺼내는 날이 아니라, 그 지식을 흔들림 없이 펼쳐내는 정신력의 싸움입니다. 당일 컨디션 관리, 시간 배분 전략, 휴식 시간 멘털 관리는 모두 연습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모의고사를 볼 때부터 이런 루틴을 훈련해 두면 실전에서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시험 당일 아침, 배우자가 평소와 다른 선택을 해서 치른 대가는 너무 컸습니다. 그 경험 이후 저는 '시험 당일만큼은 평소 그대로'라는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