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공부에서 동기 부여가 이렇게 중요한지 학창 시절에는 제대로 몰랐습니다. 많은 교육 전문가들이 "왜 공부해야 하는가"에 대한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학습이 지속된다고 말하지만, 실제 제 경험상 그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고 사소한 곳에서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중학교 1학년 때 우연히 만난 이상형에 가까운 수학 선생님 덕분에 수학이라는 과목을 좋아하게 되었고, 결국 대학교까지 수학 전공으로 진학했습니다. 또 다른 경험으로는 군 제대 후 취업 준비를 할 때, 공부하는 동안 둘째 형님이 제 대신 경제적 부담을 지고 있다는 사실이 저를 매일 책상 앞에 앉게 만들었습니다. 이처럼 동기 부여는 거창한 목표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이유에서 더 강력하게 작동하는 것 같습니다.
사소한 계기가 만든 학습 동기: 이상형 선생님과 수학의 만남
일반적으로 공부 동기는 명문대 진학이나 좋은 직장 같은 큰 목표에서 나온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훨씬 더 단순한 감정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저는 3형제 중 막내로 자랐는데 초등학교 때까지는 부모님께서 제 공부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으셨습니다. 어떤 과목을 좋아하고 잘하는 지조차 아무도 몰랐고, 저 역시 특별히 공부에 흥미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중학교 1학년 때 친구를 따라 수학 학원에 갔는데, 그곳에서 만난 선생님이 제게는 이상형에 가까운 분이었습니다. 사춘기 시절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상태에서 그 선생님께 잘 보이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이 수학 공부의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동기를 심리학에서는 '외재적 동기(Extrinsic Motivation)'라고 부른다는 것입니다. 외재적 동기란 보상, 인정, 타인의 평가처럼 외부에서 주어지는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학습 의욕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교육학자들은 내재적 동기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제 경험상 외재적 동기도 충분히 강력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첫 시험에서 수학 100점을 받았고, 전교생 중 저 혼자였습니다. 이 소식이 학원에 알려지자 그 선생님이 매우 기뻐하셨고, 그 모습은 40대 중반인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이때부터 저는 자연스럽게 수학을 좋아하게 되었고, 계속 열심히 공부하면서 제일 잘하는 과목이 되었습니다. 결국 대학교에서 수학을 전공하는 학과에 진학하게 되었고, 이 모든 것의 시작은 단순히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사소한 감정이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동기 부여의 출발점은 거창할 필요가 없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내 마음을 움직이는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무언가가 훨씬 강력합니다. 물론 이후에는 수학 자체에 대한 흥미, 즉 내재적 동기로 전환되었지만, 처음 시작은 정말 단순했습니다.
공부를 지속시키는 현실적 계산: 둘째 형님과 1000만 원의 압박
일반적으로 수험생들에게 "힘들어도 참고 끝까지 해라"라는 정신론적 조언이 많지만, 실제로 제가 1년간 취업 공부를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훨씬 더 현실적이고 냉정한 손익계산 덕분이었습니다. 2007년 초 군대 제대 후, 저는 대학 복학 대신 취업 공부를 선택했습니다. 당시 아버지 혼자 경제 활동을 하고 계셨고, 첫째 형님은 사범고시를 준비 중이었습니다. 셋째인 저까지 취업 준비를 하려면 경제적 부담이 막중했고, 결국 둘째 형님은 중소기업의 다소 힘든 직장을 다닐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저는 공부하는 내내 둘째 형님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그 미안함이 오히려 강력한 동력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바로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입니다. 기회비용이란 특정 선택을 했을 때 포기해야 하는 다른 선택의 가치를 의미합니다. 제가 공부하는 1년 동안 둘째 형님이 편안한 직장을 다닐 기회를 포기한 셈이었고, 이 기회비용이 저를 매일 책상 앞에 앉게 만들었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계산해 보면 2007년 기준으로 학원비, 책 구매, 식사, 교통비용 등을 최소한으로 잡아도 1년에 대략 1000만 원이 필요했습니다. 문제는 시험이 1년에 단 한 번 뿐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한 번 떨어질 때마다 1000만 원이 추가로 드는 구조였고, 지금 생각해 보면 1년 더 빨리 합격하면 그 해 연봉까지 받을 수 있으니 실질적 손실은 훨씬 컸습니다. 이러한 명확한 금액 계산이 저를 흔들리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제 경험상 막연한 "열심히 해야지"라는 다짐보다 "오늘 3시간을 포기하면 내년에 1000만 원 이상을 날린다"는 구체적 손익계산이 훨씬 강력했습니다. 공부하다 지치고 힘들 때마다 저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습니다.
- 지금 쉬면 둘째 형님이 1년 더 힘든 직장을 다녀야 하는가?
- 오늘 포기한 3시간이 시험 당일 몇 점 차이를 만들 수 있는가?
- 재수할 경우 추가로 드는 1000만 원과 1년이라는 시간을 감당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들은 감정적 동요를 이성적 판단으로 전환시켰습니다. 결국 저는 8개월 만에 합격했고, 제가 합격하자마자 둘째 형님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저와 같은 직장 취업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현재 둘째 형님도 같은 종류의 직장을 다니고 있습니다. 한국고용정부원 자료에 따르면 명확한 목표 설정과 손익 인식은 학습 지속률을 약 40% 이상 높인다고 하였습니다.
진짜 아쉬운 것: 학창 시절 구체적 직업 목표의 부재

일반적으로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라"는 조언이 흔하지만, 실제로 저에게 필요했던 것은 "왜 그 대학에 가야 하는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싶은지"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이었습니다. 저는 현재 대학 전공과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물론 남들보다 특별히 우월하지는 않지만 평범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가끔 학생 때로 돌아간다면 공부를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뚜렷한 사업체를 물려받을 수 있는 가정환경이 아닌 저로서는 경제적 안정성, 워라벨, 노후 보장 등 모든 점을 고려하며 현시점에 약사라는 직업이 매우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여기서 '워라벨(Work-Life Balance)'이란 일과 개인 생활의 균형을 의미하는 개념으로 최근 직업 선택에서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만약 학창 시절에 이런 구체적인 직업 정보와 동기 부여의 기회가 있었다면 저는 약사가 되기 위해 훨씬 더 전략적이고 집중적으로 공부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의 전반적인 문제일 수도 있지만, 저는 학창 시절에 이런 구체적인 진로 탐색과 동기 부여의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단순히 "공부 열심히 해라"는 추상적인 말만 들었을 뿐, "이 직업은 이런 장점이 있고, 이 정도 성적이 필요하며, 이렇게 준비하면 된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받지 못했습니다. 제 경험상 막연한 목표보다 구체적인 직업상과 그에 따른 준비 과정을 아는 것이 훨씬 강력한 동기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현재 초등학생 2명을 양육하면서 이런 구체적인 동기 부여 기회를 많이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을 만나게 하고, 각 직업의 장단점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며, 그 직업을 갖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알려주려 합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나는 이것 때문에 공부해야 한다"는 분명한 이유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부모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동기 부여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공부의 지속성은 거창한 의지가 아니라 구체적인 이유와 현실적인 손익계산에서 나옵니다. 저처럼 단순히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감정도 충분한 시작점이 될 수 있고, 명확한 경제적 압박과 기회비용 계산도 강력한 동력이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왜 이 공부를 해야 하는지, 지금 포기하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아는 것입니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추상적인 격려가 아니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목표 설정과 손익 인식입니다. 그것이 제가 40년 동안 공부 경험을 통해 배운 가장 확실한 교훈입니다.